미현은 엑셀을 힘껏 밟으며 자유로를 탔다. 아드레날린이 날뛰는 만큼 미현의 차도 질주했다. 네비게이션이 미현의 과속을 경고하며 200미터 앞에 과속카메라가 있다고 경고했다. 무시하고 달리는데, 앞차가 급제동을 하면서 급격히 미현의 차와 거리를 좁혀 왔다. 미현은 욕을 중얼대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앞차와의 간격이 빠르게 좁혀졌다. 미현은 당황스러워 얼결에 왼쪽으로 핸들을 꺾어 1차선으로 차선을 바꾸며 다시 발끝에 힘을 줘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미현이 차선을 채 다 바꾸기도 전에 맹렬한 속도로 1차선을 달려오던 뒤차가 미현의 차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미현이 무슨 상황인지 인지하지도 못한 채, 뒤차와 부딪힌 충격으로 미현의 차는 한 바퀴를 돌며 2차선으로 튕겨나갔다가 2차선에서 급제동을 하던 차를 들이받고 다시 튕겨져 1차선으로 회전하며 튕겨졌다.
미현은 정신없이 이리저리 들이받히는 충격에도 모든 상황이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보였다. 2차선에서 달리던 운전자가 당황하며 입을 벌리고 핸들을 꺾는 모습까지 세세하게 다 보일 정도였다. 미현은 그 와중에도 브레이크가 왜 고장 났을까를 고민했다. 분명 연인 정우씨가 일주일 전에 모든 점검을 해주었는데, 하필 왜 브레이크가 대박 기사를 터뜨리기 직전에 망가진 것일까. 내 인생이 이제 막 꽃피려는 이때에.
차체가 회전하면서 미현의 모가지도 같이 이리저리 훽훽 돌아갔다. 미현의 눈길이 연신 깜빡이는 네비게이션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 화면에는 ‘Good Bye~!’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미현을 배웅하고 있었다. 미현은 브레이크 고장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님을 직감했다. 미현은 조수석에 던져놨던 핸드폰을 찾으려 고개를 돌렸다. 이 와중에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기자의 본능일 뿐이었다. 이 일을 누군가에게 알려야 된다는 생각이 죽기 직전 미현이 마지막으로 생각했던 것이었다.
미현이 눈으로 핸드폰을 찾는 사이, 미현의 차는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와 충돌했다. 거친 충격이 미현의 온몸을 마비시켰다. 숨을 쉴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충격으로 온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가 일순 긴장을 풀었을 때, 미현은 우그러지고 금이 간 앞 유리 너머로 처음 자신을 받았던 뒤차가 맹렬하게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미현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았다. 미현은 눈을 감으며 반지를 낀 왼손을 꽉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금속의 차가운 촉감이 느껴졌다. 얼마 전 정우씨가 청혼하며 껴주었던 반지였다.
미현의 차와 부딪힌 다른 두 대의 차도 몰골이 험악했지만 미현의 차는 그중에서도 극악스러웠다. 얼핏 봐도 그 안에 탄 사람이 살아날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사고 주변으로 뒤이어 달려오던 차들이 비상등을 깜빡이며 멈춰 서거나 서행으로 주변을 빠져나갔다. 몇몇 운전자가 사고가 난 차량에서 신음하고 있는 운전자들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고, 어떤 이는 119에 신고를 하는 중이었다. 곧 어디선가 여러 대의 레커차들이 요란스런 경적을 울리며 달려왔다. 사고가 수습되나 싶은 와중에, 미현의 차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주변에 우왕좌왕 서 있던 구경꾼들이 불꽃에 놀라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
미현의 차는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타올랐다. 차가 둔중한 소리를 내며 살짝 떠올랐다 떨어지며 끔찍한 소리를 냈다. 미현의 차 대시보드에 있던 네비게이션 화면이 현란하게 깜박이더니 차의 폭발과 함께 액정이 터지며 화면이 꺼졌다. 그와 함께 Good Bye 글자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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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