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10-정인퇴호(正人退虎)
그림 : 중천 김창현
옛날 남양주에 위치한 세조가 묻힌 광릉(光陵) 근처에 호랑이가 나타나 자주 피해를 당하였다. 그것도 하필이면 광릉 재실(齋室)에서 벌어지니 신하된 도리로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오은군(鰲恩君) 이경일(李敬一)이 광릉(光陵)향관(享官; 제사를 맡은 관원)으로 있을 때의 일이나. 재실 위에 조복(朝服)을 단정히 갖추어 입고서 촛불을 밝히고 꼿꼿이 앉아 있노라니 호랑이가 나타나 큰 소란을 피우는 것이 아닌가.
이에 오은군 이경일은 정색을 하고 큰 소리로 꾸짖어 가로되 “너도 신물(神物)이니 이곳이 예사롭지 않은 곳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터인데 어찌 감히 이런 못된 짓을 하느냐.”하니 범은 달아나고 그 이후 범의 소동이 잠잠 해졌다고 전한다. 이상은 『임하필기(林下筆記)』 권27 「춘명일사(春明逸事)」 “정인퇴호(正人退虎)”편에 적혀있는 글이다.
글쓴이: 임병규(전 남양주향토사료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