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요.”
“그래서? 그래서 잘 처리 된 거야?”
“교환도 필요 없다, 그냥 가져가라고 하시네요.”
“블랙?”
“아뇨. 브이브이아이피(vvip)였어요.”
박팀장의 놀란 눈빛은 나에게 잘 했냐고 묻고 있었다.
“실제 vvip는 시어머님이시고 전화 주신 분은 며느리분이셨어요. 거위 털 알러지가 있다고 알러지가 생긴 이유를 한참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길어졌어요.”
“그래. 힘들었겠네. 수고했어. 밥 아직 안 먹었지? 배고프겠다. 빨리 가서 먹어.”
박팀장의 사근사근한 말에 깜빡 넘어가면 안 되지만 팀장의 걱정스런 목소리와 눈빛은 진심을 담은 것처럼 느껴진다. 역시나 팀장이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해서 8년을 갈고 닦았으니 얼마나 능수능란하겠는가. 정말 대단하다. 나도 대학을 안 가고 취업했다면 박팀장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사근한 목소리와 진심을 담은 눈으로 상대를 대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주 작은 부러움을 느끼며 얼른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지하 구내식당은 한산했다. 나는 식판에 가득 음식을 퍼 담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허기졌는지, 채 세 번을 씹지도 않고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오늘따라 밥맛이 꿀맛이었다. 배가 채워지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여기에 스타벅스 카라멜마끼아또 벤티 사이즈 한 잔이면 오전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엔 충분하리라.
스타벅스 창가에 앉아 커피를 즐기니 더욱 기분이 업, 업, 업! 한껏 입술을 내밀고 셀카를 찍으며 즐기던 찰나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
‘고객님께서 1:1게시판에 남겨주신 문의에 답변이 달렸습니다.’
얼마 전 구입한 그릇세트 때문에 문의를 남겼었다. 벌써 네 번째 교환이었다. 리퍼브 상품도 아니고 정품인데 왜 매번 나한테 오는 것만 자꾸 문제가 생기는 건지 이젠 화가 나기까지 했다. 답변도 뻔했다. 일반적인 답변. 전에 교환 요청 상담을 할 때 그렇게 얘기를 했건만. 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복장이 터졌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고객상담실에 전화를 걸었다. 곧 상담원이 연결되자 나는 작은 숨을 내뱉으며 적당한 하이톤으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