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04-『매천야록』에 기록된 다산 정약용의 기억력
그림 : 중천 김창현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에 다산 정약용에 타고난 재능을 나타내는 기록이 전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정다산(丁茶山)은 기억력이 뛰어나서 세상 사람들은 계곡(溪谷; 조선 중기의 문신 장유張維)에게 비유했다. 재상 이강산(李薑山; 조선 후기의 이름난 문장가이자 명재상인 이서구李書九)이 일찍이 영평현(지금의 포천 영평면)에서 대궐로 오다가 길가에서 한 소년이 책을 한 짐 지고 북한사(北漢寺)로 가는 것을 보았다. 10여 일이 지나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지난번의 그 소년을 만났다. 그런데 또 책을 한 짐 지고 오고 있었다. 강산이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자네가 누구이기에 책은 읽지 아니하고 소란을 피우며 왔다갔다 하느냐?”
하였다.
소년이 대답하기를,
“읽기를 이미 마쳤습니다.”
하였다.
재상은 놀라서 묻되,
“짊어지고 있는 책은 무슨 책이냐?”
하였다.
대답하되
“『강목(綱目; 『자치통감강목』)』입니다. ”
하였다. 또 묻되,
“『강목(綱目)』을 어찌 10여 일 동안에 읽을 수 있느냐?”
하니,
“바로 읽었습니다.”
하고 암송(暗誦)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재상은 드디어 수레를 멈추게 하고 한 책을 뽑아 시험하니 돌아서서 외우는 것이었다. 그 소년이 바로 정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