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른다
이즈음
<세기의 대국>이라 하는 것이
바둑인지 그저 컴퓨터 게임인지
<살생부>라 하는 것이
<컷오프>라 하는 것이
<길>이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으로
단장한 <길>에도,
벗어나 가로질러 다닌 사람들의 굳어진 흔적에도
'어제 뭔일 있었냐'는 듯 솟아나는 어린 싹들이
어디에서 오는 지도
나는 모른다.
그리 모르는 것들과 오늘을 산다.
또한 그 <오늘>도
나는 모른다.
두어달에 한 번 들르시는 구십 넘은 할매의 말씀이 귀를 친다.
"돌뎅이로 다져놨다고 길이여, 시멘트로 번듯하게 깔아놨다고 길이여, 사람두 안 다니믄 그게 뭔 길이여, 어디든 사람이 다니는데가 길이여. 알어?"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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